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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는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대표적인 산지 사찰로서,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창건에 대한 설화는 두 가지로 나뉘어 전해지는데, 하나는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한 ‘비로암’에서 기원하였다는 설이며, 다른 하나는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설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설화를 통해 선암사가 오랜 세월 동안 신앙과 전통의 중심으로 자리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사찰은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중창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천태종의 교학과 수행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중심 사찰로 발전하였습니다. 의천의 중창 이후 선암사는 단순한 수행 공간을 넘어 교리 전파의 요람이 되었고,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 장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찰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유물로는 대각국사의 부도(浮屠)로 추정되는 보물 ‘순천 선암사 대각암 승탑’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총 14점에 달하는 보물이 경내에 보존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중요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어 선암사는 역사적·학술적으로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암사는 한국 불교의 다양한 신앙 형태가 하나의 산사 공간 안에 조화롭게 수용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는 사찰 내에 남아 있는 역사적 구조물, 전각, 유물, 그리고 고문서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한국 불교의 다층적인 신앙 체계와 전통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평가됩니다.
선암사는 사찰 운영 측면에서도 뛰어난 자립성을 보여주며, 승려 교육과 공동체 생활이 꾸준히 유지되어 왔습니다. 또한 한국 선불교의 핵심 특징인 ‘영적 수행’과 ‘교리 학습’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불교의 정신적 실천과 지식 전수가 균형 있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오랜 시간 동안 단절 없이 이어져 오면서 한국 불교의 무형 유산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불교가 국가로부터 억압받고 전란으로 인해 많은 사찰이 손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암사는 신앙의 중심지로서 기능을 유지하였으며, 오늘날까지도 신자들의 신앙과 일상적인 종교 실천이 살아 숨 쉬는 신성한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선암사는 단순한 고적지가 아닌 ‘살아 있는 사찰’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성과 신앙의 지속성, 전통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선암사는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대흥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불교사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 문화유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로, 선암사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